오박사의 음식이야기/ 마늘
10년 전 미국 유학시절 때 서울에서 오신 은사님께서 우리 집에 들리셨다. 미리 슈퍼
의 생선부에 부탁해 놓은 자연산 광어와 해파리 냉채로 은사와 함께 고달픈 유학생활
을 잊으며,행복한 일요일 저녁을 보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 일어났다. 미국 남
부의 보수적인 대학병원이라 동양인 의사는 필자밖에 없었는데, 한 여자 교수가 마늘
냄새 때문에 같이 일을못하겠다고 아침 브리핑시간에 들고 나온 것이다. 생선회와 같
이 먹은 마늘과 마늘 범벅의 해파리 냉채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그후 작년 워싱턴에서 열린 학회에 갔을 때, 그 여자 교수가 두시간이나 차를 몰고 나
를 찾아왔다.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그 미국 교수의 핸드백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마늘가루 였다. 그 교수는 마늘가루를 스테이크에 흠뻑 뿌려 먹으면서 옛날 일을 다
시 한번 사과했고, 자신이 심장병 환자들에게 마늘을 권유하는 「마늘 팬」이 됐다고
했다.
마늘에는 피를 엉기지 않게 하는 특효가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에서는 수술전에 환
자에게 마늘 섭취 여부를 확인하고, 수술전 일주일간 마늘섭취를 중지하도록 권유하
고 있다. 이는 마늘이 피를 응고하지 않게 하는 작용때문에 수술 자리에 출혈을 증가
시킬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마늘의 효과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경색환자들이 예방목적으로 매일 한 알씩 먹는 아스피린은
「트롬복산」이란 혈액 응고 물질을 차단, 심장병 예방효과를 낸다. 그런데 마늘이 똑
같은 작용으로 피를 엉기지 않게 해 준다. 또 강력한 황산화 작용으로 혈관의 노화를
막아주고 콜레스테롤 감소효과도 있다.
간혹 마늘 먹기를 권유받은 환자 중에는 “마늘을 구워먹어도 되냐”고 묻는다. 마늘
의 효과는 하루에 생마늘 한쪽이면 충분하지만, 냄새가 싫거나 속이 쓰린 분은 조금
양을 늘려 구워서 먹어도 좋다. 삼계탕의 삶은 마늘, 간장에 절인 마늘도 효과가 있
다. 파, 마늘쫑, 양파, 락교, 부추, 냉이 등도 비슷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식탁에 이
런 음식이 나오면 한 점씩 더 집어먹기를 권한다.
( 오동주·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조선일보] 2001.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