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사의 음식이야기/ 다시마
작년 추석 연휴 마지막날 새벽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 시간에 오는 전화는
거의가 좋지 않은 소식이거나 응급상황인데, 역시 광주의 앰뷸런스 요원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심근경색증이 의심되는 환자를 후송 중인데, 이 환자가 평소 필자의 병
원에서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서울로 데려갈까 망설이는 중이라고 했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이 환자는 추석을 맞이해 서울에서 16시간이나 운전하고 내려갔
다. 고향집에 도착한 그는 오랜만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이라며, 고기 등 각종
기름진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고 한다. 이게 탈을 일으킨 것이다.
최근 하버드 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증 등과 관련된 심장마비 환자의 10 명
중 1명은 과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특히 과식 후 1시간 안에는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평소의 10배로 치솟고, 2시간 동안에도 4배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
식이 피가 엉기는 것을 촉진하거나, 심장을 압박하는 호르몬 분비를 유발하기 때문으
로 추정된다. 따라서 추석 등 명절에는 과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추석 음식 중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이 토란국이다. 그 이유는 토란국에 꼭 들어가
는 다시마 때문이다.
고혈압을 다룬 최신 의학교과서에는 칼륨 섭취를 높이면 혈압 하강 효과가 있다고 적
혀있다. 칼륨이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로서, 아이들 손바닥만한 다시마 한 장
에는 어른 주먹만한 감자 한 개와 맞먹는 칼륨이 들어있다.
또 다시마에는 마그네슘, 칼슘 등 다른 무기질도 풍부하며, 라미닌, 알긴산 등의 성분
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강하 작용을 한다.
세계적 장수 마을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다시마 소비율은 일본 평균 섭취
량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지역 주민의 암 발생률은 일본 평균의 2/3밖에 안된다. 이
는 다시마 속의 「푸코이단」이란 물질이 강력한 항암작용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
된다.
다시마는 시장에서 2000원짜리 한 봉지를 사면 한가족이 일주일은 먹을 수 있다. 하루
에 필요량은 손바닥 정도의 크기면 되고, 토란국처럼 다시마가 들어간 음식은 국물까
지 먹어야 좋다.
( 오동주·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교수 )
[조선일보] 2001.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