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돈되는' 최첨단 산업""


부산대 김치연구소 실험실. 바깥은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돼 숨쉬기 조
차 어려운 지경이지만 실험실의 실험용 쥐들은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쾌적한 환경속에서 여유있게 김치를 갉아먹고 있었다.

“김치의 다이어트 효과와 항암효과를 실험하기 위한 쥐들입니다. 통통한 놈은 비만
치료 중입니다. 정상으로 보이는 놈은 위암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죠.”

올해로 설립 8년째를 맞는 부산대 김치연구소에는 방학인 데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연
구진들이 ‘기능성 김치’ 개발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항암김치, 다이어트김
치, 항동맥경화김치 등 ‘맛’뿐 아니라 ‘기능성’이 강화된 새로운 김치 제품 개발
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치연구소를 ‘식당의 주방’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실험용 쥐를 키우고, 암세
포 배양기계, 분자생물학적 분석 도구, 각종 실험 기자재 등으로 가득차 있다. 김치
도 접시가 아닌 플라스크에 담겼다. 도마와 칼도 없다.

연구소 박건영 교수는 “김치는 더이상 단순한 ‘밑반찬’이 아니라 과학”이라며
“‘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최첨단 산업”이라고 했다. 연구소 측
의 주장을 뒷바침 하는 증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 김치는 한국의 농산물 수출의 5%를 차지하며 매년 1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 상품. 김치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에서 김치는 야채 발효식품 시장에서 다쿠앙(=
단무지)를 누르고 점유율 1위. 더구나 최근 한국의 김치는 약 30% 더 비싼 조건을
내세우고도 일본의 기무치를 제치고 일본 자위대에 납품계약을 맺는데 성공할 정도로
일본에서 인정받고 있다.

얼마전 제네바에서 열린 제24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의 제품 이름을
‘김치(Kimchi)’로 통일하는 단일규격안을 확정했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
도 회복한 것이다.

박 교수는 “요즘 음식은 맛보다는 기능성이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라며 “김치는
첨가되는 다양한 재료를 통해 그 기능성을 강화하기가 아주 편리한 음식이다”고 말했
다. 어떤 채소류든 ‘김치화’가 가능하고, 맛은 각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통
해 ‘현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치즈’나 ‘햄버거’에 버금가는 세
계화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

그래서 김치연구소는 ‘캔 김치’ 개발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기능성에 대한 연구 못
지 않게 ‘포장’과 ‘보관성’이 세계화의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반 김치는 캔
에 담으면 미생물이 발생시키는 탄산가스로 인해 캔이 터지거나 변형된다. 살균하면
‘죽은 김치’다. 요즘「캔 김치」는「김치 찌개」나 「볶은 김치」를 담은 것이지
살아있는 김치가 아니다.

“항암·다이어트 기능을 가진 맛있는 김치를 캔에 담아 장기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테헤란밸리 벤처기업이 부럽겠습니까?”

김치연구소 측은 ‘기능성 김치’는 ‘상품화 일보 직전’, ‘캔 김치’는 5년 후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1. 8.2
( 염강수기자 ksyou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