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꼼짝마""…식품에 첨가 유해균 억제하는 박테리오신 개발
오랑캐를 오랑캐로 막는 이이제이(以夷制夷)법이 식중독 예방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식중독을 막는 무기는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단백질인 박테리오신(bacteriocin)이
다. 박테리오신을 식품에 첨가하면 리스테리아나 포도상구균, 살모넬라와 같은 식중
독 유발 세균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 해외에서는 니신(nisin)이라는 박테리오
신이 1950년대부터 각종 축산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쎌바이오텍은 최근 리스테리아균을 막을 수 있는 박테리오신 제
품을 개발해냈다.
김수동 쎌바이오텍 연구소장은 “1년 6개월 간의 연구 끝에 올해 초 냉동식품에 서식
하는 유해세균인 리스테리아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박테리오신을 찾아냈다”면서 “해
외에서 사용되는 박테리오신 제품보다 400배 정도 효과가 좋다”고 주장했다. 쎌바이
오텍은 이 제품을 이탈리아 치즈회사에 이 달부터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
다.
삼립식품은 현재 쎌바이오텍에서 개발한 박테리오신으로 크림빵에서 포도상구균이나
살모넬라균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테리오신을 활용해 김치의 저장기간을 높인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식품개발연구
원 김왕준 박사는 김치의 부패를 유발하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균을 엔테로코커스라
는 유산균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치에는 유산균이 많아 최상의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유산균이 만들어
내는 젖산은 김치를 만들 때 들어가는 당 성분을 부패시켜 김치를 오래 보관할 수 없
게 만드는 단점이 있었다. 김치를 담글 때 엔테로코커스균을 넣으면 젖산을 특히 많
이 분비하는 락토바실러스균을 억제하는 박테리오신을 만들어내 김치의 저장기간을 늘
어나게 한다. 김 박사는 지난해 말 연구를 마치고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박테리오신을 이용해 충치균을 억제하는 제품도 개발됐다. 한국야쿠르트의 김상교 박
사는 박테리오신을 이용해 충치균을 억제하는 치약과 구강세정액에 대한 특허를 출원
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이 박테리오신은 충치를 유발하는 뮤탄스균의 성장을 억제한
다.
하지만 박테리오신 관련 연구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박테리오신을 항생물질로 규정
한 현행 법규의 개정이 시급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계자는 “박테리오신은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이라면서 “항생
제의 남용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이를 식품에까지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형환 한국외국어대 교수(생명공학과)는 “현재 개발 중인 박테리오신 제
품은 직접 장내에서 유해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에 첨가함으로써 식
품에서 유해 세균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설사 박테리오신
을 섭취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단백질이기 때문에 위를 통과하면서 펩신이라는 단백
질 분해효소에 의해 완전히 분해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식약청의 규제 때문에 박테리오신을 순수분리해 사용하지는 못하고
유산균 추출물 상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분리한 대표적인 박테리오신인 니신
의 경우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식품첨가물이나 식품 용기에 사
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식품안정성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식품의약국
(FDA)도 1998년 별도의 독성검사나 안정성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에 등재한 상태이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동아일보] 2001.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