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가 콜레라 주범이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전어. 회로 먹으면 뒷맛이 고소해 미식가
의 입맛을 자극하는 이 「가을 전어」가 요즈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콜레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보건원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번 콜레라 발생의 최초 감염자였으며, 전국적인
확산의 발원지 였던 경북 영천시의 한 「뷔페 식당」 종업원들은 지난달 14일 포항 어
시장에서 전어회를 사다 회식한 후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식당을 통한 전염 경로 외에 콜레라에 최초 감염된 경주의 한 고등학생도 전어
회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부산, 통영, 거제 등에서도 전어회를 먹고 콜레라
에 감염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어가 콜레라의 ‘주범’이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남해와 동해에서 크게
발달한 적조와 관련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적조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데, 콜레
라균은 이 프랑크톤을 매개로 번식한다. 따라서 콜레라균이 해수에 서식하다 이번 적
조로 인해 광범위하게 증식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적조가 연근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상태에서 이 곳에 사는 전어가 플랑크톤을 먹이
로 하기 때문에 전어에 콜레라균이 다량 함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립보건원 김문식 전염병관리부장은 『그동안 콜레라는 주로 서해안에서 발생했으나
이번에는 환자 발생 지역이 적조가 있는 연안 지역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이 지역
의 근해에 서식하는 전어, 병어, 소라, 대하, 굴 등이 콜레라균에 대거 노출돼 있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적조가 사라지기 전까지 이 지역의 생선·어패류를 날로 먹는 것을 피해야 한
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는 이같은 사실을 널리 홍보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또 매년
9월 마산, 서천군 등지에서 열리는 「전어 축제」도 10월 이후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권장했다.

인천 중앙길병원 응급의학과 김근 교수는 『식중독으로 인한 설사·복통 환자의 대부
분이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지 않아 기인한다』며 『콜레라 등 식중독 환자는 매년 9
월까지는 꾸준히 발생하므로 여름이 지났다고 방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조리시 바닷물을 사용해서는 안되며, 요즘 많이 출하되고 있는 새우
(대하) 등을 살짝 데쳐 먹는 것도 위험하므로 완전히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말했
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조선일보] 2001. 9.13(목)